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01 - 김도향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_01
기분 좋게 삽시다
요즘 사람들은 기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높고, 또 저들마다 그럴듯한 상식을 갖고 기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선도 공부하는 사람, 한의사, 동양 철학자, 기공사, 종교인, 명상가 등, 기를 느끼거나 체험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기에 대해서 한마디씩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것이 바로 기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떠한 형태의 정의를 내려도 틀릴 수는 없는 것이 바로 기의 정체이다. 우주에 꽉 차 있는 상태의 기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서부터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 어느 면에서 설명을 해도 다 옳은 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또한 한마디로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언어 중에는 의외로 기에 대한 표현이 아주 많다. '기분 좋다, 기가 막히다, 기절했다, 기품이 서린다, 끼가 있다'등등. 그 중에서도 기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분이라는 한자를 살펴보면 '기의 나뉨'이라는 뜻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기분이 좋다'라는 표현은 기의 나뉨이 좋다라는 말이다. 바로 온몸으로 기가 잘 퍼져 있는 상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분이 나쁘다'라는 말은 기의 나뉘어진 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어느 한곳 기의 통로가 막혀 있거나, 어느 한쪽으로 쏠려 있거나, 어느 한쪽의 기가 끊어진 상태 즉, 기절한 상태일 경우 '기분이 나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나빠진 경우가 바로 기의 분할, 즉 기분이 나쁜 상태인 것이다. 항상 기분이 좋아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하고 건강한 상태로 살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어렵기만 하다.
외부로부터 조그만 자극만 받아도 우리의 기는 흐트러지게 마련인 것이다.
예를 들면 화가 몹시 나면 기운이 위로 올라가 버린다. 조금만 욕심을 내도, 질투를 해도, 집착을 해도 얼굴이 벌개지며 상기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병이 기가 상기되는 데서 온다고 본다. 특히,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의 사람들은 이미 머리로 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위쪽으로 기가 몰려 있는 상태이다.
자연히 허리 아래쪽의 기운이 모자라기 때문에 하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화가 몹시 날 때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은 바로 기가 한꺼번에 상기되는 바람에 하체 쪽의 기가 많이 부족하게 되어 허약한 상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기운이 없어 후들후들 떨리게 되는 것이다.
바로 기는 경락이라는 유통 경로를 따라 흐르지만 급격한 마음의 변화로 인해 통로를 무시한 채 움직이게 되고 이러한 흐름이 누적되게 되면 커다란 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불면증에 걸리기 쉬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절하면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듯이, 반대로 기가 계속 남아 작용을 하면 생각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도 기가 머리 쪽으로 쏠려 있어 계속 생각을 일으키게 되므로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다리운동을 조금 강하게 하여 기가 다리 쪽으로 쏠리도록 하면 금세 치료될 수가 있지만 이 이치를 모르고 오랫동안 고생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의외로 많다.
또한 불면증보다 더 심하게 머리 쪽으로 기가 몰려 머리 속에서 뱅뱅 돌면 그 자체로 '돈' 사람이 되는 것이다. 머리가 돌았다는 뜻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가 머리에 몰려 작용을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생각을 하게 되므로 보통 사람들이 볼 때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머리 쪽에 기가 몰리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영안(영적인 눈)이 열려 영을 보게 되고 일반인이 느낄 수 없는 것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련을 통해 영안이 열린 경우에는 미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쳤다는 말의 뜻이 하늘에 미쳤다, 도달했다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련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농담 삼아 '미치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상적인 수련을 통해 영안이 열린 경우에는 육안으로 보이는 사회 현상과 혼동하지 않고 오히려 영적인 현상을 무시하고 더 깊은 공부로 몰입하게 되나, 수련을 통하지 않고 갑자기 영안이 열리게 된 경우에는 육안의 현상과 혼동하여 행동하게 되므로 자연히 주위 사람으로부터 격리되고 더 깊은 부작용을 낳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미친 사람부터 불면증까지, 큰 병에서 작은 병까지 대체로 상기가 되어서 기분이 나빠진 결과이다.
반대로 기가 아래쪽으로 쏠리는 '하기'도 기분이 나쁜 경우이다. 아주 놀랐을 때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상태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놀라거나 두려워하면 기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머리에 기가 모자라게 되어 멍하게 되고, 무엇을 보고 있는데도 뭘 보는지 모르게 되고, 무슨 얘기를 듣는데도 아득하게 들리고 판단이 서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특히 임신 중에 임신부가 자주 놀라거나 두려움에 싸이게 되면 저능아를 낳을 확률이 아주 높은 것도 바로 기가 아래로 내려간 상태가 오래 누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다리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의 경우는 기가 대체로 아래쪽으로 쏠려 머리에 기가 모자라게 되기 때문에 머리가 나쁘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운동을 그만둔 뒤에 머리를 쓰는 다른 직업으로 바꿀 경우 머리가 다시 좋아지긴 하지만 운동을 계속할 경우 자연스럽게 머리에 기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온몸에 기운이 골고루 퍼질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정신과 몸이 모두 건강하게 되지만 한쪽으로만 기운이 쏠리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축구 선수들 중에 머리를 이용하여 헤딩골을 잘 넣는 선수가 게임 운영 능력이 높은 것도 우연을 아닐 것이다.
나는 평범한 드라마에서도 감동적이거나 슬픈 장면을 보게 되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우리 마누라는 함께 TV를 보다가도 그런 장면이 나올 쯤 되면 나에게 고개를 돌리곤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크리넥스 거기 있어요" 하며 반농담조로 나를 놀려대곤 한다.
이렇게 우리의 마음이 슬픈 상태에 이르면 기가 가슴 쪽으로 몰려 기가 막힌 상태가 된다. 그런 경우 육체적으로도 찢어질 듯이 아픈 상태를 많이들 경험했을 것이다.
마음이 슬퍼지면 금의 기운이 가슴 쪽으로 몰린다. 기관지, 또는 폐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게 되면 어딘지 모르게 슬픈 눈동자를 갖고 있다.
70년대 유명했던 가수 김정호 군과는 막역한 사이였는데, 바로 가슴에 기가 막힌 병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이다. 이 친구의 눈동자를 보면 바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질 듯한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이 많은 여성 팬을 흡수할 수 있는 요건이 되긴 했겠지만, 가슴이 기가 막히게 되는 슬픈 마음을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게 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에 기운이 위장, 비장으로 몰려 기분이 나쁜 상태를 보자.
근심, 걱정이 많을 때는 위, 비장으로 기운이 쏠리게 되어 기가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음식을 먹고 싶지도 않기도 하고, 또한 먹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장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토의 기운이 지나치게 몰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질투로 인해 간 경락의 기운이 뜨겁게 달아 올라 그 기운이 위장 경락의 기를 해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간 경락의 기운은 음양오행상 목이고, 위장 경락의 기운은 토로 보는데 바로 목극토의 현상이 육체적으로 나타나는 이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또 다른 기분 나쁜 형태로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기의 작용이 늘어지는 경우이다.
친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 보면 웃음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웃음이 지나칠 때 갑자기 온몸이 늘어지면서 꼼짝도 못하는 상태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당한 웃음은 기의 분할이 좋아져서 건강한 상태가 되지만, 지나치게 웃게 되면 온몸에 퍼진 기가 늘어져서 작용을 제대로 못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도 오래 지속되면 병이 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유명한 코미디언 배삼룡 씨의 별명이 '비실비실'인데 혹시 너무 웃음이 많아서 기가 늘어져 그렇게 되신 건 아닌지 모르겠다.
기분이 나쁜 상태, 즉 기의 분할이 나빠지는 데에 따라 여러 가지 병적인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화를 내거나 욕심, 질투, 집착, 흥분 상태에 빠지면 상기병 또는 목기명에 이르게 되고, 지나치게 공포에 빠지거나 두려운 상태에 빠지면 하기병 또는 수기병에 이르게 되고, 지나치게 슬픔에 빠지면 금기병에 이르게 되고, 지나치게 근심 걱정에 빠지면 토기병에 이르게 되고,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웃게 되면 화기병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분이 나쁜 상태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다가 오랫동안 누적되면 불치의 병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므로 항상 기분이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중용의 도!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노하거나, 걱정하거나, 놀라거나, 좋아하지 말라. 중용의 도, 그 의미는 쉬운 말로 항상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자,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 일단 기분 좋게 삽시다!
김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