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08 - 김도향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_08
혼과 백
혼백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면서도 실제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추상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고 흘려 버리기 쉬운 단어이다. 혼이 빠졌다, 혼비백산, 넋없이, 넋 나갔다 등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면서도 아무도 그 실체를 규명하려 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자에는 무속인이나 기공, 명상 수행을 올래 한 사람 중에 혼백을 느끼거나 보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의 존경하는 도반이자 유명한 한의사인 오수일 씨의 말에 의하면 동양의학에서는 이미 혼은 양으로서, 백은 음으로서 우리 몸에 실제로 작용하는 존재로 인정하고 있다.
혼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고, 백은 혼의 작용에 의해 자기가 응결되어서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은 최초의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될 때 부모는 수정란 속에 백의 기운을 깃들여 제공하는데, 이때 영적인 상태에 있던 혼이 수정란에 스며들면서 백의 기운을 혼의 기운에 맞도록 변화시키면서 태아와 더불어 성장한다.
백이 가지고 있는 기운의 순환 체계가 바로 12경락과 기경 8맥이다. 백은 혼의 절대적인 지배 아래 12경락과 기경 8맥의 순환 체계를 작동시킨다.
백은 비록 음적이고 지기에 속한다 해도 물질적이면서 아주 순수한 기로서 영적인 세계인 혼과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백의 기운이 손상될 때 바로 육체적으로 병적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얘기하는 자연 치유력, 생명력은 바로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원기, 즉 백을 뜻한다.
혼과 백을 연결하는 힘을 우리는 명줄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실버 코드(은줄)라고도 하는 이 명줄은 육체가 크게 손상됐거나, 백의 기운이 약해졌을 때 끊어진다. 명줄이 끊어진다는 말은 바로 죽음을 뜻한다.
백의 기운은 이미 수정란으로 제공돼서 태내에서 성장하는데, 이것을 선천지기라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호흡이나 음식물의 섭취 등을 통해 들어온 기 중에서 고도로 순화되고 정제된 기가 백의 후천지기로 작용한다. 백의 후천지기의 기운이 고도로 정제되고 강해짐으로써 명줄이 튼튼해지는 것이다.
김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