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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요리/건강한 밥상

01-00. <음식궁합 - 유태종 머리말 >

 

 음식궁합 

유태종 

울대학교 농과대학교 졸업, 농학박사학위 취득

고려대학교 교수 역임

독일 마언쯔대학교 교환교수

현재 보건사회부 식품위생 심의위원

공업진흥청 KS위원

식생활 개선 국민운동본부 부회장

곡천건강장수연구소 대표

건양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저서: '100세 청년' '식품보감' '아이들 두뇌는 식탁이 결정한다' '세계의 장수촌' '음식궁합'

  

머리말

 사람이 먹는 식품은 몸에 좋은 것이어야 한다. 몸에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영양분을 가지고 있으며, 위생 상태가 좋고 유해한 성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두 가지 식품을 함께 먹을 경우 영양분이 손실되기도 하며, 반대로 영양 효율이 크게 향상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과 어울리면서 소화성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이치를 잘 알면 합리적인 식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옛날 사람들은 동물처럼 본능에 따라서 먹을 것을 구분했다. 어떤 때는 독이 있는 식품을 먹어 변을 당한 때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물은 조상들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어 낸 것이다. 먹을 수 있는 것을 가려서 후손에게 전해 온 일용식품은 약 4백 종에 이른다. 오랜 역사를 통해 귀중한 인체 실험을 바탕으로 얻어 낸 지식이다.

이전에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단지 먹기에 바빴다. 그런데 농업과 어업이 발달하면서 식량 얻기가 수월해지자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가려먹는 식생활로 바뀌게 되었다.

맛 좋은 것을 가려 배불리 먹다 보니 비만증,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등 이른바 성인병 때문에 시달림을 받는 현대인이 급격히 증가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우리는 합리적인 식생활로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고 건강하고 보다 많은 일을 하며 나이가 들어서도 젊은 사람처럼 지낼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과학의 발달로 식품 성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건강을 위해 필요한 영양소와 특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식생활의 변천을 배로 음식을 먹는 시대에서 입으로 음식을 먹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머리로 음식을 먹는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식생활의 과학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나쁜 식습관은 바로잡아서 영양 섭취의 과부족이 없도록 하고 영양 수준을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먹는 식품이 다른 식품과 함께 어울리면서 성분의 변화를 막고, 영양 효율이 높아지는 구체적인 보기를 소개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로 한 쌍을 이루어 잘 사는 것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음식도 그러한 경우가 많다.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할 때 영양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음식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음식 궁합이 안 맞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식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사람의 식성

 사람만큼 식성이 좋은 생물도 드물 것이다. 초근목피를 비롯한 나무 열매, 과일, 버섯에서부터 곤충, 어패류, 닭, 돼지 등 육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굼벵이, 지렁이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다.

성게, 해삼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는데, 그 생김새를 살펴보면 처음 먹기 시작한 사람의 용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붉은 개미를 먹는 아프리카인, 구더기를 맛있게 먹는 에스키모인, 꿈틀거리는 낙지를 먹는 한국인, 원숭이 골을 즉석에서 파먹는 중국인 등 보기를 들자면 한이 없다.

그런가 하면 먹을 재료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굶어죽는 사람들도 있다.

중앙 아프리카에선 호수에 생선이 많은데도 잡아먹지 않고 아사한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힌두교에선 쇠고기를 먹지 않으며, 유태교에선 비늘 없는 생선을 못 먹게 금하고 있다.

생리적 욕구와는 달리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기도 한 것이 음식이다. 먹거리에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맛있다. 맛없다는 판단도 단순한 생리적 반응에 따르지는 않는다.

영장류 중에선 침팬지가 잡식성이며 지능이 높다고 알려졌는데, 사람의 식성에는 어림도 없다.

사람이 지구상의 어디에서나 생존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뛰어난 잡식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은 생리적 욕구와 또 한편으로는 미신적인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인데도 종교적인 계율이나 전래되는 미신적 해석으로 인해 먹지 않는 것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음식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맛이 좋다는 것과 나쁘다는 판단도 단순한 생리적 반응과는 달리 미신적으로 조건 붙여진 문화적 반응에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식생활의 습관은 철저한 미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타원에는 초점이 두 개가 있는 것과 같이, 인간의 생명에 활력을 부여하는 식생활에는 잡식성과 미신성의 두 가지 욕망이 회오리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신적인 것이야말로 식문화를 만들게 하는 기둥이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 뿌리 박고 있는 것이 농이고, 거기에서 태어난 것이 전통식이다.

독특한 조리법과 식기가 개발 발전되면서 음식의 공간 연출에도 다채로운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인간은 음식의 잡식성, 미신과 언어를 획득함으로써 호모 사피엔스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라틴어로 지혜 있는 사람이란 뜻이고 인류를 지칭하는 학명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사람과 사람속을 가리킨다. 네안데르탈 인류와 현생 인류로 나누고 있다.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사용한 용어로 명확한 언어 능력, 추상적인 추리 능력을 가진 현생 인류를 지칭하는 학술 용어이다.

20세기 독일의 철학자 쉴러에 의하면, 이성으로 세계를 형성,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인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지성인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육식과 초식 어느 경우나 적용되는 저작 기능과 소화 기능을 갖춘 훌륭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인들은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기를 들면 어느 한쪽만을 편식함으로써 허약해지고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밖에도 저작력 즉 씹는 힘이 약해져 타액선을 퇴화시킴으로써 소화력이 저하되고 식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비문화적인 식생활로 바뀌어 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110세까지 장수한 흑인 여성의 일생을 다룬 미국 영화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사탕 수숫대를 질근질근 씹으면서 현대인은 씹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것이야말로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고 있는 큰 결점이다. 이 말은 현대인에게 주는 신랄한 경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기를 다져서 만든 소시지, 핫도그, 햄버거를 먹으면서 콜라를 즐겨 마시는 젊은이에게 뼈를 발라내면서 이빨로 고기를 뜯어먹는 일은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 원시적이고 비문화적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갖는 근본적인 삶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이빨이 해야 할 일을 분쇄기나 마쇄기가 대신 해주고 입맛에 맞게 각자 해야 할 양념도 일률적으로 혼합기가 다 해주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핫도그는 프랑크푸르터라고 해서 독일인이 만들어 낸 작대기 모양의 돼지고기 소시지이다. 이것을 빵 사이에 끼우고 겨자나 토마토 케찹으로 양념해서 먹는 것이 크게 히트하자 세계적인 식품이 되었다. 햄버거도 잘게 다진 고기를 빵가루와 양파에 둥글게 뭉쳐 구워 빵 사이에 끼워 먹는 간편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먹는 장소나 신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속화의 큰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보니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전의 인간적인 식생활과는 거리가 먼 간편성으로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맛있다는 것은 부드럽고 연한 것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자연스러운 식생활 면으로 보면 부드럽고 연한 음식은 환자용이나 치아가 없는 노인용이었던 것이다.

식품의 특성이나 인간의 생리도 상품의 논리에 의해 보잘 것 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자연의 생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은 위액 분비량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인의 위액 분비량은 봄과 가을에 활발한데 그것도 뜻이 있는 일이다.

중동이나 인도 등 1년 내내 더위가 계속되는 지역에선 사람들의 위액 분비량이 연중 거의 일정하다고 한다.

그런데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의 경우는 철에 따라 분비량이 변화하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봄과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한 가을엔 위액 분비량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봄과 가을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앓는 사람이 적다고 하는데, 그 진위는 알 수가 없다.

옛날 불을 모르고 살던 시절에 생식을 할 때, 일종의 소화효소가 나왔던 맹장은 귀중한 생리 기관이었다. 5만 년 전에 불이 발견된 이후 차츰 퇴화되어 지금 현대인에게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말았다.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식생활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사람은 모습이 많이 바뀌어 ET 같은 우주인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음식을 잘 씹어 먹는 것은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고, 건강 유지에 필요한 복 받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음식궁합 - 유태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