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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마음다스리기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03 - 김도향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한다._03

 

정신차리기

사람은 정신을 차림으로써 무한한 자연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정신은 물리적 에너지로서 찬란한 빛으로 나타난다. 외부로 뻗어나가던 빛의 에너지가 정신을 차린 순간 반조되어서 안쪽으로 비춰지므로 내 몸안에 무수한 생명력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었다.

학은 실제 몸무게가 사람과 비교해서 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짐승이지만 십장생에 들어갈 정도로 오래 사는 짐승이다. 독수리는 강건해 보이지만 학에 비하면 수명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러면 학은 왜 오래 사는 것일까? 학을 자세히 살펴보면 땅 위에 내려와 있을 때는 거의 한쪽 다리를 들고 있다.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어 보라. 웬만큼 정신차리지 않고서는 금세 뒤뚱거린다. 학이 한 쪽 다리를 들고서도 그렇게 안정된 자세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울 만큼 정신차리고 있다는 뜻이다. 바로 정신을 차림으로써 반조되는 에너지의 빛이 몸 안의 생명력을 키워 그토록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급 음식점에서 사용하던 생선 중에 수입하는 생선들이 있는데, 수입업자가 수입을 해올 때마다 살아 있는 생선들이 기운이 없어서 싱싱한 회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길래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횟감으로 쓰일 생선들만 주로 잡아먹는 큰 고기를 넣어봤더니 약20퍼센트 정도는 잡아먹혀 버리고, 대신 살아 있는 놈들은 너무나 싱싱하더라는 것이다. 좁은 물통 속에서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다 보니 싱싱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횟감으로 쓰일 생선들은 자기를 잡아먹는 커다란 물고기를 피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 했을 것이다.

당연히 지쳐 비실비실해야 마땅할 터인데 오히려 싱싱해져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바로 정신차린 상태가 됨으로써 저절로 나타나는 강한 생명력, 자연 생명력이 최대로 발휘됐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는가?

거북이 또한 수백 년을 사는데 그 넓은 바다 속에서 느리게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조건이 오히려 살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직접 실험해 보라. 아주 간단하다. 지금 있는 곳에서부터 10미터 정도만 걸어가 보라.

아주 천천히, 1분이나 2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걷다보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도 거북이나 학처럼 계속해서 정신을 차리고 지낼 수만 있다면 구약성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수백 살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예수님 말씀 중에 " 항상 깨어 있어라." 하고 말씀하신 구절이 생각난다. 혼미한 욕망 속에 빠져 있지 말고 항상 깨어 있어 정신 차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복잡한 대도시의 생활 속에서 정신 차리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잘 안다. 전화벨만 울려도 마음이 크게 움직이고, 전화하는 내용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마음이 고요하게 있다가도 조그만 외부의 자극을 받는 순간 대다수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정신을 잃고 만다.

항상 정신만 차릴 수 있다면 움직이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관찰되고, 따라서 기가 골고루 퍼져 있는 기분 좋은 상태, 건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있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조금만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나도 모르는 마음 하나가 일어나서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어 기의 분할이 나빠져서 기가 막히고, 쏠리고, 기절까지 하게 되니 몸만 상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병드는 것이다.

점심 시간이 되면 저절로 배가 고픔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정신차린 상태였다가도 곧 무얼 먹을까 하고 고민에 빠지게 되면서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으로 골라내기 시작한다. 이 쯤 되면 배가 고프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게 된다.

이미 맛있는 음식을 고르는 마음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자신도 모르게 고민에 빠져 있는, 배가 고프다는 엄연한 사실도 잊어버린 상태, 이것이 바로 정신을 잃은 상태이다.

정신을 차리는 데에는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자, 정신을 차려야지' 하는 순간 저절로 차려진다. 아주 간단하다. 앞에도 말했지만 긴장하거나 집착하는 상태가 아닌 그냥 편안하게 '정신차려' 하면 누구나 쉽게 차려지는 것이다.

처음 가는 길을 가면 길을 잃어버릴까 봐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험한 산길을 가게 되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쉽게 정신이 차려져도 몇 번인가 반복되는 사이 익숙해지면 금세 정신을 잃게 되는 것이다.

머리말에 소개한 서암 스님처럼 50년 동안 지내온 그 장소를 '금방 온 것 같아' 하고 항상 처음 대하듯 말씀하시는 것은 정신이 차려져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매일매일 모든 순간에 대하는 것들을 새로운 것을 만나듯, 처음 대하듯 하는 정신 상태가 바로 정신 차려진 상태이다. 정신차리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기분이 좋아져서 자연 생명력이 살아나게 되어 정신과 몸이 완전한 상태로 된다는 사실만 이해해도 스스로 정신 차려지기 시작한다.

현대과학에서조차도 물질에서부터 마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에너지의 근본이 빛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내 영혼과 육신의 바깥쪽으로 나가 정신을 잃고 있다는 자체가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나간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정신을 차리는 순간 모든 마음의 방향이 내 영혼과 육신의 안쪽으로 향하면 우주의 에너지가 내 영혼과 육신에 작용하게 되므로 자연히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정신을 차리는 방법이란 무궁무진하다. 각자가 자기 방법대로 행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마음공부의 시작과 끝이 바로 정신 차리는 데에 있는 것도 정신 차리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김도향